왜 그럴까. 한옥 입면의 분할에서 기둥과 보, 그리고 창의 위치는 철저하게 방 안 사용자의 형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황금비나 모듈, 표준화나 대칭 같은 선험적 가치를 들이대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나 항상 최고의 심미성을 잃지 않는 이상적 비례가 있으니 이것을 지상에 구현해야 한다거나, 산업을 일으켜 더 빨리 더 많이 지어 더 많이 가져야겠다며 모든 방을 동일한 규준(規準)으로 자르고 좋아한다거나, 이 둘을 합해서 다 가지려 데칼코마니처럼 집을 상하·전후·좌우로 동일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방 안에 사는 사람의 살이와 어긋나지 않는 것이 없을진대, 이런 선험적 가치를 우선하다 보면 사람들은 매번 자신이 원하는 형편과 살이를 포기하고 전체 가치에 맞춰야 한다.
한옥에는 이런 것이 없다. 그 반대이다. 방은 필요한 크기로 자르면 되고 그 위치가 한정하는 기둥과 보는 그대로 입면에 구성 분할을 그린다. 리얼리즘이다. 선험적 이상주의에 반대되는 귀납적 리얼리즘이다. 안방은 안방대로 건넌방은 건넌방대로. 문을 열면 마주하는 공간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활짝 대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고 피하고 싶은 것이 있을 터, 창문을 그에 맞게 내면 그만이었다. 반쯤 가려서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을 통해 오가는 발걸음의 방향을 이쪽에 두는 것이 좋은 식구도 있을 것이고 저쪽에 두기를 원하는 식구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가능한 한 그렇게 해주었을 것이며 그 결과 한옥에서 창문은 이렇게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일정한 질서를 지키도록 났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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