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뭐 할까?” 사실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6월이었으니 아이가 서서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도 그냥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면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얘기를 유도했다. “글쎄……, 뭘 하면 좋겠니?” 아이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엄마가 얘기해 보세요” 하고 나의 의견을 물었다.
“음, 엄마는 네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영어 듣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해볼까?” “그래, 그럼 한번 해봐. 근데 엄마가 안 깨우고 알람시계를 맞춰놓고 너 스스로 일어나면 좋겠다.” “한번 해보지 뭐.” “그리고 영어 듣기 끝나면 네가 엄마 좀 깨워줘.” “그럴 게요.”
그렇게 해서 아이는 다음 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영어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어김없이 7시가 되면 안방 문을 두드려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학원 끝나는 시간이 너무 늦어 계속하기 어려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이후로도 유학을 가기 직전까지 우리 집의 아침은 아이가 엄마를 깨우는(남들이 들으면 희한하다고 하겠지만) 일이 지속되었다. 이처럼 새 방으로 꾸며준 것을 계기로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이후로도 우리 부부는 아이의 생각을 알아내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잔소리를 대신한다. 경험상 잔소리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기 의견을 갖는 나이가 되면 본인의 방 디자인과 가구 배치 정도는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이사를 하기 전 아이에게 몇 개의 사진을 보여주고 고르도록 했더니 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고 그렇게 결정해서 꾸민 방에 대해서 좀 더 애착을 갖는 것 같았다. 아이 방에는 책상과 책장, 침대 외에도 옷이나 학교 준비물, 운동용품 등 수납이 필요한 아이 살림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방은 그다지 크지가 않다. 자주 쓰지 않는 용품은 다른 방에 공간을 마련해 수납하고 자주 사용하는 용품들을 중심으로 정돈되도록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쓰는 방이면 크게 어려움이 없겠지만 둘이서 함께 써야 하는 경우에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책상 사이에 책장이나 파티션 등으로 시선을 가려주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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